코로나19 때문에 '집콕' 재택근무 지겨운 이들이 솔깃할 소식이 나왔다. 이른바 섬에서 근무하는 '섬택근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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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집콕' 재택근무 지겨운 이들이 솔깃할 소식이 나왔다. 이른바 섬에서 근무하는 '섬택근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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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택근무’ 실험이 진행될 경남 통영시 욕지면 두미도 북구마을 전경.

 

“안녕하세요. 서예원입니다. 다섯살입니다. 오늘 귀걸이를 했어요. 예쁘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두미도 북구선착장에 나와 하얀색 치마를 팔랑이며 뛰어놀던 예원이는 처음 보는 관광객에게도 낯을 가리지 않고 먼저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예원이는 경남 통영시 욕지면에 속한 두미도의 막내다. 최근 10년 동안 두미도에서 태어난 사람은 예원이가 유일하다. 예원이를 제외하면 20살 이하 주민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런데도 두미도는 지난해 경남의 ‘살고 싶은 섬’ 제1호로 선정됐다. “주민 화합이 잘되고, 해산물, 천연 동백 군락, 다양한 산약초 등 풍부한 해양생태자원을 갖고 있다”는 이유였다.

예원이 아빠인 서평석 두미교회 목사는 “또래 친구는 없지만,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가 예원이의 친구들이다. 정말 온 마을이 우리 아이를 키워준다. 공부는 온라인으로 하고 있어 문제없다. 이미 한글을 뗐고 지금은 영어도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곳 ‘살고 싶은 섬’ 두미도에서 이른바 ‘섬택근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실험이 추진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3일 “두미도 북구마을에 4일 사무실 ‘스마트 워크 센터’를 열어 10일부터 ‘섬택근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섬택근무’는 말 그대로 섬에서 지내며 근무하는 것이다. 재택근무처럼 ‘재섬근무’라고 해야 하지만, 섬을 강조하기 위해 ‘섬택근무’로 이름 붙였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가 널리 퍼졌는데, 이젠 갑갑한 집이 아닌 아름답고 한적한 섬에서 지내며 근무하는 ‘섬택근무’를 시도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재택근무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것인데,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서도 직장에서처럼 근무하려면 정보통신기술의 뒷받침이 더욱 중요하다.

두미도 북구마을에 마련된 ‘섬택근무’ 사무실. 왼쪽 둥근 건물이 사무실이고, 오른쪽 경로당 2층이 직원 숙소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두미도 북구마을의 옛 어민회관을 개조해 최대 10명까지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로 꾸몄다. 두미도에는 이미 8년 전 광케이블이 깔려서, 뭍에서와 다름없이 인터넷·스마트폰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숙소는 사무실과 나란히 있는 경로당 2층에 마련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전략 기획회의 등 단기간 집중해서 협업해야 할 업무를 이곳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온라인 자기개발·교육 업무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근무 인원과 기간은 사업 성격에 따라 달라지지만, 출장 형식 근무인 만큼 출퇴근 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한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사회가치실현팀장은 “낙후한 섬을 지원하는 ‘1사1섬 운동’을 하는 기업이 많지만, 방문해서 청소해주고 특산품을 구입하는 등 대부분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찾다가 섬택근무를 기획하게 됐다.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재택근무를 위한 원격근무 체계를 갖췄는데, 이 체계를 그대로 이용할 것이다. 혼자 일하는 재택근무보다 소규모 여러명이 함께 하는 섬택근무의 업무 효율이 훨씬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섬택근무를 하면 섬 지역경제에 자연스럽게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섬이라는 독립된 공간에서 지내는 동안 직급을 뛰어넘는 활발한 소통을 통해 조직문화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경남 진주에 본사를 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경남에 있는 섬 807곳(유인도 77곳) 가운데 두미도를 섬택근무지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섬이 지난해 경남의 ‘살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두미도는 머리(두)와 꼬리(미)만 있는 올챙이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면적은 5.03㎢로 서울 여의도(2.9㎢)의 1.7배가량 된다. 1897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해, 1970년대에는 인구가 500여명에 이르렀고, 초등학교도 2개나 있었다. 주민 대부분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다. 전기는 1984년 해저케이블을 깔면서 들어왔다. 식수와 생활용수는 마을 간이상수도로 해결하는데,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도 좋다. 전화는 부산무선국 두미도분국이 있었던 덕택에 1970년대 초반부터 사용할 수 있었다. 10여년 전까지는 북구마을에 목욕탕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두미도 주민은 61가구 92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북구마을과 남구마을에 모여 사는데, 30%가량이 70살 이상인 초고령사회이다. 초등학교도 문을 닫아 교육시설은 전혀 없다. 주산업이었던 농업과 어업은 갈수록 쇠퇴하고, 최근엔 낚시나 등산을 하려고 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민박업이 늘어나고 있다.

두미도를 육지와 연결해주는 교통수단은 승객 124명과 승용차 6대를 운송할 수 있는 194t급 카페리여객선 바다누리호가 유일하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아침 6시50분과 오후 2시30분 등 하루 2차례 출발하는데, 낙도 보조항로 운항선박이라 두미도·상노대도·하노대도·욕지도 등 통영의 여러 섬을 거쳐 간다. 두미도에선 북구선착장과 남구선착장 등 2곳에 들른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두미도 북구선착장까지는 1시간20분 걸린다.

두미도엔 섬 중턱을 따라서 13㎞ 길이 일주도로가 개설돼 있다. 3시간 정도면 걸어서 한바퀴를 돌 수 있는데, 아름드리 동백나무 군락과 기암절벽 등을 보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해발 468m 천황산에 오르기 위해 두미도를 찾는 관광객도 많은데, 북구마을에서 3시간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두미도 주민들은 북구마을 마을회관 1층에 마을식당을 여는 등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섬택근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고상훈 북구마을 이장은 “이제는 개발보다 보존이 중요한 시대다. 이 정도에서 개발을 멈추고, 이미 개발한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금은 도금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만 빼면 우리 두미도는 그 자체로 황금이다. 그래서 ‘살고 싶은 섬’이 됐고, 여기에서 섬택근무 실험을 하는 것도 그 때문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섬택근무가 섬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주민들의 소득을 갑자기 크게 올려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우리 섬에 상주하면 그것만으로도 섬 분위기가 환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잡화점을 겸하는 청기와민박은 섬택근무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인데, 이곳 업주는 “섬택근무가 시작되면 당연히 지금보다는 장사가 잘될 것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좀 더 갖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미숙 경남도 섬가꾸기 보좌관은 “섬택근무 실험은 정보통신기술 강국인 대한민국의 면모를 증명하는 실험이다. 국내는 물론 아마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실험일 것이다. 두미도에서의 실험이 성공하면 다른 섬으로까지 섬택근무가 퍼지면서,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섬택근무 사무실 개소식은 4일 오후 2시30분 두미도 주민들과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강석주 통영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한겨레 최상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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